부동산중개인과 소비자 간의 계약관계 (1)

부동산중개인과 맺는 계약의 의미

영한사전에는 client 와 customer 라는 두 개의 단어를 그냥 '고객'이라고 해석되어 있지만, 실제로 이 두 개의 단어 사이에는 큰 차이점이 있다. client (의뢰인)는 통상 변호사, 회계사, 부동산 중개인과 같은 전문직 종사자에게 의뢰인을 대리하여 절차를 진행하고 자문을 하는 서비스를 구하는 사람을 일컫는 용어이며, customer (고객)는 소매점 등에서 물건을 사거나 기타 용역을 제공 받는 소비자 일반을 지칭한다.

예를 들어 변호사에게 소송을 의뢰한 경우, 그 client (의뢰인) 는 principal (본인)이 되고 그 소송 건을 대리하여 진행할 변호사는 그 의뢰인의 agent (대리인)가 된다. 민법 상 대리권에 관한 법률규정에 따르면 agent (대리인)는 client (의뢰인)에 대하여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알려주어야 하며 필요한 자문을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때를 놓치지 않고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동시에 반사회적이거나 공공의 이익을 해치지만 않는다면 client (의뢰인)의 이익을 최대한 보호해야 하며, client (의뢰인)와 공유한 정보에 대해 비밀을 유지할 의무가 있다.

한편, client (의뢰인)는 agent (대리인)에게 약정한 자문료를 지급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며, agency (대리권) 관계 아래에서 행해진 대리인의 적법한 행위의 결과에 대해 agent (대리인)에게 책임을 묻지 못한다. customer (고객)란 대리권의 위임에 관한 계약이 없는 일반적인 상거래관계에 따른 선의의 제3자들을 통칭하는 것이므로, 이 경우에는 위와 같은 대리인의 법률상 의무는 따르지 않으며 단지 고객이 필요로 할 때에 객관적인 정보에 대하여 사실의 왜곡이 없이 정직하게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

마찬가지로, 부동산중개인도 위와 같은 형태의 계약을 맺는 의뢰인(집을 팔 주인이나 집을 살 사람)과는 법률상 client가 가지는 권리와 의무관계를 맺게 된다. 하지만, 아무런 계약 없이 부동산 중개인과 함께 집을 보러 다니거나 구입하는 경우엔 단지 customer로서의 지위만 갖게 된다. 여기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부동산 중개인의 법적,윤리적 책임(비밀의 유지, 알고 있는 모든 정보의 제공, 최대이익의 보호 등) 은 항상 Client를 우선한다는 점이다. 우리말로는 둘 다 '손님'으로 불리지만, 이익보호의 내용에는 많은 차이가 있으므로 중개인과의 계약을 두려워하기보다 그러한 계약아래에 본인이 취할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