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의 비즈니스, 그 첫단추가 중요하다 (1)

까다로운 비즈니스 중개의 현실

온타리오주의 부동산중개 관련법률에 따르면, 비즈니스도 하나의 부동산중개대상으로 보는 데 이것은 소위 '의제부동산'의 개념이다. 즉, 하나의 '부동산'이라고 보기엔 그렇지만 법적용상 부동산 거래대상의 일종으로 간주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중개업 관련법령의 이름도 'Real Estate and Business Brokers Act' 이다.

부동산 중개인이 도와줄 수 있는 분야가 크게 세가지 영역이 있는데, 그것은 '주택'의 구입과 '투자용 부동산'(다세대 주택, 아파트, 상가빌딩, 플라자, 사무용 및 산업용 부동산, 레저용 부동산, 나대지, 임야 및 농지 등), 그리고 '비즈니스(사업체')이다. 사실 이 중에서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가장 어려운 중개상품이 바로 비즈니스이다. 장부가 있어도 그 숫자들과 실제 영업상태와의 차이가 검증하기 어려운데다 심지어 장부조차 전해지지 않고 거래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중개인이 개입되어도 이렇게 어려움이 있고 사실 손님의 거래 후 만족도에 신경이 쓰이는 데, 중개인을 거치지 않고 당사간에 거래되는 경우엔 그 위험(risk)이 어떨지 불 보듯 뻔하다. 하지만, 비즈니스의 또 다른 매력이랄까 희망은, 누가 사업의 주체가 되는가에 따라 매상은 달라질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임대수입을 목적으로 구입한 투자용 부동산의 경우에는 유지보수 노력이나 리노베이션(renovation)을 통해 점진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해당 지역의 시장 상황에 거슬러 렌트료를 올려 남달리 수익을 올리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이왕 인수한 비즈니스라면 인수 후의 매출이 생각보다 떨어지더라도 본인들의 노력을 통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도가 없다.

왜 다들 비즈니스를 하려고 하는가?

캐나다에 올 때 가지고 온 자금이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면 앞으로 무엇을 해서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해 방향을 잡는데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판단하기가 어려워 질 수 있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장기적인 방향을 빠른 시기에 설정해 둘 필요가 있다. 그래야 그 방향으로 일관되게 경험도 쌓고 정보도 알아보는 등 장래에 대비한 효과적인 준비가 가능해진다.

대개 캐나다에 오면 한국에서의 경험과 본인의 당초계획을 살려 제대로 된 직장을 잡아 안정된 생활을 해 보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현실의 벽을 본인 스스로가 느낀 후에는 조금씩 그 방향이 바뀌어 간다. 심지 있게 그러한 방향으로 매진하여 주위에서 '좋은 직장을 잡았구나' 하고 생각하기도 2-3년, 결국 장사를 해 보겠다고 방향을 트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떤 업종을 고를 것인가?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우선 어느 분야로 뛰어들지가 고민이다. 업종을 고를 때 우리는 대개 고되지 않고, 영업시간이 짧으며 마진이 좋고 경쟁이 덜 치열한 그런 업종을 선호한다. 개방사회의 자유경쟁시장은 공교롭게도 이러한 업종의 존재를 불가능하게 만들어버린다. 어느 영역에 어떠한 시업기회가 존재하는지 이젠 누구나 손쉽게 알 수 있는 그런 정보공유의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며, 상대적으로 다른 영역보다 초과수익(보통수준의 마진율을 초과하는 )이 존재하면 새로운 참입자가 그 시장으로 밀려들어오므로 조만간 초과수익은 사라진다.

경쟁이 지나치면 서로들 '제살 깎아먹기'로 일정기간 버티다가 자금력이나 의지가 약하거나 생산성(효율성)이 떨어지는 가게들부터 서서히 하나 둘씩 그 시장에서 퇴출하게 된다. 그런 다음엔 다시 적정 또는 일시적인 초과수익이 존재하는 시장으로 경쟁상황이 변화한다. 이처럼 업종 내의 경쟁상태가 부침 또는 생성,강화,약화,소멸의 변화를 보이는 것은 시장의 효율성이 살아있는 곳일수록 자연스런 현상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캐나다가 이러한 점에서 소매시장에 관한 한 상당히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나라이다.

시장 진입 장벽과 자영업 선택

그런데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분적으로 시장비효율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는 구석이 있다. 예를 들어 스쿨버스를 빌려보면 그 단가가 매우 높다고 느껴진다, 에어컨이나 편안한 의자가 아닌 터털털거리는 구식 버스인데도 말이다. 그런데 온타리오주의 대부분의 스쿨버스는 Laidlaw 와 Stock 이라는 두 개의 회사가 운영한다. 이 중에서도 Laidlaw라는 회사의 수익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이테크도 아닌 이러한 전통적인 운송사업분야에서 완전경쟁이 존재한다면 과연 이러한 고수익사업이 어떻게 가능할까? 필자의 짐작에는 필시 이 시장에는 어느 경로엔가 신규참입자에 대한 장벽(Barrier)이 존재하리라고 보는 것이다. 짐작으로는 관급계약형태의 년간 스쿨버스 운송계약의 기회는 아무에게나 쉽게 열려 있지는 않은 것 같다.

LCBO는 온타리오주의 주류소매를 독점하는 곳이다. 물론 부분적으로 맥주시장은 Beer Store 에 일부 나누어 주고 있지만, 민영화나 독점적 시장지위 해체에 대한 일반인들의 압력을 누그러뜨리려고 일부 떼어 준 떡고물에 불과해 보인다. 조만간 민영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지만, 노조의 조직원들이 그 동안 편안하게 누려 온 그 지위를 쉽게 내 놓을 리 만무하며, 알진 못해도 그 종업원들 중 희망자에 대해 우선적으로 운영권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끼워 시행되지 않을 까 점쳐본다.

의사 직종은 외국에서 의사경력을 여러 해 이상 가진 노련한 경력의 신규이민자들이 시장진입 장벽 때문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징적인 시장의 하나이다. 2004년 연방총선거에서 이 문제가 집중 이슈로 떠오를 만큼 이젠 많이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영어권의 의사들, 심지어 미국의 의사들 조차도 이곳에서 의사로 영업을 하려면 그 절차가 무척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캐나다로 오는 신규이민자들이 시장진입 장벽 때문에 좌절을 느끼는 것은 비단 우리 한인 교민들 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는 영어라는 언어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 우선이지만, 실상 영어구사가 자유로운 인도인이나 필리핀인들 조차도 불만의 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문제는 분명 제도적인 문제로 귀결된다. 인도에서 박사학위를 가지고 새로 이민 온 고급인력이 택시기사생활을 하고 있는 게 토론토의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