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부동산거래와 문화산책 (1)

부동산 중개실무를 담당하면서 다인종들이 함께 모여 사는 토론토의 복합문화의 진면목을 자주 보게 된다.. 인간의 의,식,주 생활 중에서 하나의 큰 축을 차지하는 주거생활의 모습은 인종마다 독특한 차이를 보이는 수가 많다, 그러나, 사람의 인정은 인종을 초월하여 보편성을 지니고 있어, 소리 없는 언어로 우리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기도 한다.

인종은 달라도 인심은 하나

남부 이탈리아에서 농부로 생활하다가 오래 전에 이민 온 어느 이태리계 할머니는, 그리 넓지 않은 뒷마당에 철마다 갖가지 농사를 지어 생강, 마늘, 양파, 파, 상추, 토마토 등을 수확하는 데 그 많은 식구가 자급자족하고도 남을 정도이다. 지하실에 저장해 둔 생강을 한 묶음 가지고 나와서는 집 보러 온 손님들에게 가지고 가서 맛보라고 권하기도 한다. 긴 인생여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베어 나오는 인심이다.

몰타에서 온 어느 나이 지긋한 아저씨는 이민 초기에 구입한 자기 집 뒷마당에 갖가지 과일나무를 심었는데, 고향에서 따먹던 과일들을 평생 풍성하게 거두어 고향의 향수를 달래기도 한다. 집에서 오븐에 구운 빵을 막 꺼내어서 먹어보라고 권하는 유고슬라비아에서 온 아주머니… 동네마다 독특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광역토론토의 생활모습들. 그래도 인종을 초월하여 공통적인 현상 하나는 자식 잘 되는 것 보는 게 가장 큰 희망이라는 점이다.

유럽에서 의사생활 12년을 접고 딸 교육을 위해 훌쩍 캐나다로 이민 와서 새로운 직업을 준비하는 가정, 인도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도 자식교육을 위해 이곳으로 와서 택시기사 생활을 하는 가정도 있다. 우리 교민들 뿐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온 이민자들이 공통적으로 '보다 나은 자식교육 환경'을 위해 모국에서의 기득권을 모두 포기하고 이곳 캐나다에서의 힘들고 어려운 새 출발을 택했다.

동양엔 도장, 서양엔 싸인?

우리가 피상적으로 아는 바에 따르면, 도장은 아시아 유교 문화권에서만 주로 사용되며, 서양사람들은 싸인(signature)을 사용한다. 하지만, 서양에서도 중요한 공식문서(왕이 내리는 칙령 등)나 법률상 계약의 진의를 강조하여 표현할 때는 도장(seal)을 사용한다. 사실 부동산 중개에 이용되는 오퍼 양식에도 도장이 있다. 물론 본인들이 찍은 도장은 아니지만, 까맣게 미리 인쇄해 두고서 매각인이나 구매자가 모두 도장을 날인하였다고 받아들이면서 서명(signature) 을 하는 방식으로 되어있다.

이 경우, 계약금(Deposit)이 전달되지 않아도 다시 그 계약을 취소하기가 어렵다. 더구나, 계약금을 떼일 셈치고 그냥 해지하고자 하여도 그 역시 쉽지 않다. 이처럼, 법률상 진정한 계약의사를 서명에 덧붙여 더욱 확실히 하는 효력을 가지는 '도장'이 서양에서도 이렇게 공공연히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들이 매우 피상적이라고 느낄 때가 많다.

머리 굽혀 인사하는 것은 동양인들의 예의?

주로 유교권 문화에서는 상대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머리를 굽혀 인사하는 것이 예의이며, 서양사람들은 악수(handshake)가 보편적인 인사방식이다. 하지만, 서양문화에도 군신의 관계와 같이 보편적인 관계가 아닌 절대적인 예의를 표시할 경우 머리를 굽혀 인사하는 것을 영화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갓 이민 온 우리 교민가정의 고등학생들은 선생님과 대등한 관계로 보여지는 악수문화에 익숙하질 않아 늘 머리를 약간씩 숙이면서 선생님에 대한 존경을 살짝 표현하기도 하는 데, 의외로 이러한 동양분화나 예절에 호감을 갖고 있는 선생님들이 많이 있음을 알게 된다. 서양이 절대적인 충성이나 존경의 표시로 존재했던 머리 숙인 인사예절을 이해하는 선생님들은 이러한 학생들의 예절이 갖는 의미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눈을 마주보지 않고 하는 인사는 머리를 굽혀 존경을 표시해도 문화적인 오해를 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할 일이다.

상대방의 눈을 바라 봐 주어야만 하는 'Eye-contact' 문화는 이러한 경우 외에도 예를 많이 들 수 있다. 콘도나 아파트 주민들간에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서로 눈을 마주치고 목례를 하든지 웃음을 살짝 보인다. 감사의 표시로 “Thak you”라고 했는데 쳐다보지도 않고 “You're welcome”이라고 응답하는 것도 실례가 된다. 사거리에서 차가 마주치면, 서로의 눈을 쳐다보면서 양보나 우선통행을 결정한다. 그러니, 이 경우에 상대 운전자에게 눈길을 주지 않으면 매우 난처해 하는 경우를 본다.

홍콩계 중국인이 만들어 낸 콘도 붐

이 땅에 콘도(Condominium의 약칭)라는 새로운 주거형태를 완전히 정착시킨 홍콩계 중국인들의 영향력은 아직도 대단한 시장주도세력으로 남아 있다. 처음 콘도 주거문화가 꽃필 때에만 하더라도 단독주택의 생활에 익숙하던 캐네디언들에게 쉽게 대중적인 상품으로 인식되기에는 어려웠다. 물론 햇수가 지나면서 도시의 주거공간이 수평적 이용에서 수직적 이용으로 고층화하는 추세를 막을 수는 없으나, 더 많이 걸리 시간을 홍콩계 사람들이 상당히 단축시킨 셈이다.

홍콩계 중국인들의 망설임 없는 구입 붐으로 인하여 투자수익성을 까지 검증되면서 실수요자가 아닌 임대목적의 가수요까지 일으키는 시장주도세력이 되었다. 중국계 네트워크에서는 서부 앨버터와 동부 뉴브브런즈윅 주에 거주하는 중국인들 조차 안정된 임대수요에 대한 기대로 이곳 광역토론토에 콘도를 매입해 둘 정도였다. 도시의 발전을 미리 읽고, 장차 피할 수 없는 주거의 주요 형태가 될 것으로 확신한 결과라고 본다.

늘 한국교민의 투자 타이밍보다 약 2-3년을 앞서가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인들이 지금은 콘도를 매각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향후의 콘도시세가 이들의 동향에 따라 다시 어떤 흐름을 탈 지 두고 볼 일이다. 어쨌든 이젠 당당한 대표적인 주거용 부동산 상품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콘도', 이젠 매입과 매각의 타이밍을 다시 잘 판단해 보아야 할 시점에 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