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군과 자녀의 교육환경

자녀를 둔 한인들이 이사를 갈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바로 ‘교육환경’이다. 정도의차이는 있겠지만, 이를 무시하고 이사를 가는 경우란 거의 없을 정도이다. 한국인들의 교육열이 높아서 우리만 그런 것 같지만, 실제 부동산 시장에서 발로 뛰어다니다 보면 이게 결코 우리만의 성향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시아의 여타국가에서 온 이민자들 뿐만 아니라, 중동에서 온 이민자들, 동구권에서 온 이민자들도 한결 같은 소망은 소위 ‘좋은 학교가 있는 동네’로 이사 가고 싶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교육환경이 좀 좋다는 동네는 집값에서 우선 차이가 나는 게 보통이다. 구입예산이 모자라면 대개 작은 콘도나 타운하우스라도 사서 그 동네로 즉, 좋다는 학교가 있는 학군 내로 전입하면 되겠는데, 대개 이런 동네는 단독주택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거형태를 보여준다. 제한된 매물에 수요는 많고 값은 너무 올라서 감히 엄두를 못 내기 일쑤다.

교육환경을 논할 때는 그 중심에는 그 지역 내 학교에 대한 평가가 따르게 마련이다. 우리가 무엇을 비교하여 다른 학교에 비해 낫다고 여기며, 과연 그런 학교와 인근 여타 학교와 어떤 점에서 또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을까? 앞으로 이런 점들을 하나씩 따져 보면서 시리즈로 엮어 보고자 한다.

이 시리즈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밝혀두어야 할 점은, 학생들 간에는 분명히 개인차가 있으므로 획일적인 기준에 따라 이런 학교간의 우위를 정해서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위험스러울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어느 학교에서나 자신의 역량을 잘 가꾸어 나가고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이 있는 반면, 좋은 학교라고 해서 전학을 시켰는데도 결과는 실망스럽기만 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전제로 하고서라도 이 시리즈를 시작하게 된 것은, 아무래도 부동산 가격동향과 시장에서의 현실적인 수요가 소위 교육환경이라는 요소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게 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앞으로 광역토론토의 지역별 교육환경에 대해 개관해 보고자 한다.

아직도 인터넷에는 1997년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 학교간 우열의 비교, 또는 학력평가 결과에 관한 자료들이 무수히 떠돌아 다니고 있다. 심지어, 중개인을 통해서 집을 구입한 이후에 학교에 들러 전학을 하려고 상담해 보니 그 학교로 갈 수가 없는 딱한 상황에 부닥치기도 한다. 그래서, 항상 업데이트된 자료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하되, 반드시 ‘1차 정보’에 의존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 말하는 ‘1차 정보’란, 주의에서의 얘기를 듣지 말고 본인이 직접 해당 학교나 교육청에서 들은 정보만을 의미한다. 심지어 현재 그 학교에 다니고 있는 자녀의 학부모를 통해서 들은 정보도 그릇된 경우가 자주 있기 때문이다.

학교가 2-3년 사이에 급격한 변화를 보이는 지역이 많아졌지만, 아직도 4-5년 전의 학교정보를 기준으로 ‘어떤 지역의 학교가 좋다더라’ 하면서 그 지역의 주택만을 찾아 구입하려는 분이 있다. 우리가 소위‘좋은 학교’혹은 ‘좋은 학군’이라고 지칭할 때는 과연 무엇을 근거로 판단해야 할까? 교육전문가들에게 물어보면 나름대로 훌륭한 대답을 들을 수 있겠지만, 필자가 부동산 시장에서 터득한 몇 가지 참고지표를 얘기한다면 다음과 같다.

(1) 전체 재학생들 중에서 최근 2년 이내, 그리고 5년 이내에 이민 온 학생들의 비율 : 새이민자 자녀들은 대개 2년이 지나면 일상적 의사소통이 자유롭지만, 개인차를 고려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교육현장에서 인정하는 학문적 문장의 구사능력이 갖추어 질 수 있는 소요기간이 5년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이민 온 지 5년이 지났거나 캐나다에서 태어난 난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은 영어표현능력도 자연히 빨리 늘게 되므로 유리한 환경으로 여겨진다. 대개 이민 온 지 2년 혹은 5년 미만의 학생 비율이 많은 동네는 새 이민자들이 임시적으로 거쳐가는 임대용 아파트나 공동주택들(고층콘도 등)이 상대적으로 많으며 자가소유형태의 단독주택은 적은 편이다.

하지만, 너무 새 이민자 비중이 너무 적은 동네에서는 관할학교에 ESL 과정이 개설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있어서 집은 그곳에 구입하고도 학교는 상당기간동안 다른 곳에서 다니면서 ESL과정을 마쳐야 하는 경우도 생기므로 주의해야 할 일이다.

(2) 초등학교의 경우, 온타리오주 교육평가원(EQAO)에서 Grade 3과 Grade 6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말하기,쓰기와 수학능력을 평가한다. 그리고, 고등학교의 경우엔 Grade 9을 대상으로 수학과목을, Grade 10 을 대상으로 영어해득능력(Literacy Test)을 각각 평가한다. 이러한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학교간의 학력을 간접적으로 비교해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지표는 전반적인 학교의 학습분위기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Grade 3 학생들을 대상으로 평가한 언어영역(말하기,쓰기)과 수리영역(수학)의 결과들은 그 학교 재학생들이 처한 생활환경을 반영한다. 특히 언어영역은 평소 가정에서 학부모들이 자녀의 언어발달에 세심한 관심을 가지고 지도해 주고 있는지를 나타내며, 간접적으로는 그 가정의 소득수준 및 학부모의 교육적 배경정도 까지도 짐작하게 한다. 대개의 지역별 교육청들이 입학 후 최초의 공식적인 평가인 Grade 3 학력평가결과를 바탕으로 소위 영재교육(Gifted Program) 대상자를 선정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대상자로 선발되면 해당 교육청에서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연계하여 체계적으로 지도한다. 지금은 예산이 줄어들어서 빛이 바랜 프로그램이 되었지만, 그래도 이 프로그램을 통하여 다양한 동기부여를 받으면서 독특한 교육 및 체험프로그램에 관한 정보들을 교육청에서 제공받는다.

Grade 6 학생들을 대상으로 평가한 언어영역(말하기,쓰기)과 수리영역(수학)의 결과들은 여전히 초등학교 교과과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른 인근학교들과 비교할 때 쓰일만한 참고자료로서는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지만, 이제 막 학력평가로서의 대상이 될만한 학년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주목할 필요는 있는 지표이다.

고등학교의 경우엔 Grade 9을 대상으로 수학과목의 학력평가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평가시험에서는 시험의 결과를 점수로 표시하지 않고 Level 1-2-3-4 의 네 단계로 구분하여 표시하는데, Level 3 이상이면 온타리오주 교육부가 정한 수학교과과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인정되는 수준이다. 그래서, Level 3과 4를 합한 비율을 집계해 보면 그 학교에서 수학적인 기본지식을 갖춘 학생들의 비중이 몇 %가 되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Grade 9 수학과목 평가결과 중에서 더욱 중요한 지표는 Level 4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는 일이다. 그 학교 재학생들 중에서 수학과목에서 우수하게 판정된 학생들의 비중이 많을수록 소위 수학과목에 심화학습과정(Enriched Course 혹은 Advanced Program)이 별도로 개설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교과과정만을 충실히 이수한다고 하더라도 막상 대학에 진학하고 나면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임을 감안할 때 일반과정이 아니라 심화학습과정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수학을 좋아하거나 과학이나 의과 계통에 진학할 자녀들에게는 우수한 학생들간의 경쟁을 통하여 더 충실한 교육경험을 고등학교 시절에 가질 수 있어서 보다 나은 교육여건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9학년 수학평가는 Academic Mathematics (정규대학 진학반 학생들이 배우는 수학)와 Applied Mathematics (전문대학 취업반 학생들이 배우는 수학)를 수강하는 학생들을 구분하여 평가하므로, 이 지표를 통하여 전체 학교 재학생 중에서 정규대학을 가려고 공부하는 학생들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 지 알 수 있다. 만일 자녀가 다닐 학교에 ‘정규대학 진학에 뜻을 둔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학교라면 그렇지 않은 학교와는 학습분위기에서도 차이가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은 일부 실업계 고등학교가 별도로 있긴 하지만, 각 지역의 일반 공립고등학교에서도 취업반과 대학진학반이 공존하는 캐나다의 제도에 따른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Grade 10 재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영어해득능력시험 ( OSSLT ; The Ontario Secondary School Literacy Test)은, 순수하게 평가의 목적으로만 시행되는 Grade 9 수학시험과는 달리 졸업요건으로서 반드시 통과해야만 하는 시험이다. 그러므로, 최초의 평가가 Grade 10 에 이루어질 뿐이며 실제로는 고등학교 재학 중에 여러 차례의 응시기회가 주어진다. 그러므로 평가결과를 두고 주목해야 할 지표는 10학년에 재학중인 첫 번째 응시생들(First-time Eligible Students) 중에서 과연 몇 %의 학생들이 읽기와 쓰기 영역에서 모두 성공적으로 통과하였는가 하는 수치이다. 이제 본격적인 학문공부에 돌입한 10학년 재학생들의 전체적인 학력수준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자료로 삼을 수 있으며, 자연히 학교의 학습 분위기를 보여주는 자료라고도 할 수 있다.

(3) 대개의 고등학교에는 음악부에 밴드나 오케스트라가 있지만, 초등학교에는 없는 곳도 많다. 음악을 악기 중심으로 실기교육을 실시하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 간에는 실제로 자녀에게 미치는 교육적인 효과가 다를 뿐만 아니라, 그 차이가 생기는 배경을 감안한다면 동네의 교육여건에 차이가 남을 짐작할 수 있다.

(4) 고등학교에는 학교별로 각 과목별 우수한 학생들 수가 일정규모 이상이 되어야 심화학습과정( Enriched Course 또는 Advanced program 이라고 부름)을 별도로 개설하는 데, 이것으로 학교의 전체적인 학력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대개, 영어, 수학, 과학, 역사 등 주요과목이 그 대상이다. 일반 과정에서 쉽게 점수를 따려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 프로그램이 크게 매력이 없을 지도 모르지만, 고등학교 교과과정만을 충실히 이수한다고 하더라도 막상 대학에 진학하고 나면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임을 감안할 때 기회가 된다면 심화학습과정을 수강하여 과목별로 보다 탄탄한 실력을 닦아두는 것이 후일 대학과정에서 공부하는데 큰 힘이 된다. 특히 미국의 대학으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에게는 입학허가심사에 보다 유리하다.

이상에서 다룬 대표적인 교육환경 판단지표들은 우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자료들이라는 점에서 유용하다. 물론 광역토론토에는 한국의 경우와 같이 ‘8학군’으로 지칭할 만큼 일반인들의 입에 오르내리지는 않지만, 지역적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므로 고등학교 관할구역(school boundary)을 중심으로 학교간의 차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아직까지는 캐나다의 전반적인 교육시스템이 건실하여 학교간의 이러한 차이에 너무 민감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며, 자녀들간의 개인차 ( 사회성과 과목별 선호도, 그리고 학습태도 등)를 감안하여 새로 이사 갈 지역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겠다. 결국 어떤 환경에 던져지든 자녀들이 각자 하기 나름이다. 다만, 이 시리즈를 통해 얘기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좋든 싫든 학교간의 특성차이는 엄연히 존재하며 그 격차 또한 적지 않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이러한 요소들이 실제로 주택시장에서 매매여건이나 가격변동추이에서 현실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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